⚽76위에 말리는가 했는데…’해결사’ 손흥민과 ‘인간 승리’ 조규성, 대반전 드라마 썼다

대전월드컵경기장 · 2025년 11월 14일 평가전

출처 = 손흥민 인스타그램

한국 축구 대표팀이 올해 마지막 A매치를 산뜻하게 출발했다. 경기력은 매끄럽지 않았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캡틴’ 손흥민과 오랜 공백을 딛고 돌아온 조규성이 해결사 역할을 하며 볼리비아를 제압했다.

지난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한국은 손흥민의 프리킥 선제골과 조규성의 추가골을 앞세워 2–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볼리비아 상대 전적에서 2승 2무로 우위를 지켰다. 대표팀은 오는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아프리카의 강호 가나와 맞붙으며 연말 A매치를 이어간다.

⚽ ‘한국 22위 vs 볼리비아 76위’ 전력 앞선다는 평가 있었지만, 정작 뚜껑 열어보니…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객관적 전력에서 볼리비아를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FIFA 랭킹에서도 한국(22위)이 볼리비아(76위)보다 훨씬 높고, 볼리비아는 소속팀 일정 문제로 핵심 선수들이 대거 빠진 불완전한 전력이었다.

그러나 실제 경기에서는 한국이 주도권을 잡고도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중원에서 황인범, 백승호, 이동경이 줄줄이 빠진 공백이 컸다. 공격 전개가 느려 수비진을 흔들지 못했고, 전반에 나온 가장 위협적인 장면은 이재성의 다이빙 헤더 정도였다.

반대로 볼리비아는 유효슈팅 4개로 한국을 위협했다. 엔조 몬테이로와 페르난도 나바가 페널티지역을 공략할 때마다 위험이 따랐고, 김승규의 연이은 선방이 실점을 막았다.

출처 = 손흥민 인스타그램

⚽ 위태롭던 그라운드 위 ‘해결사’로 나선 손흥민, 차범근에 가까워지다

팽팽하던 균형은 후반 12분 프리킥에서 깨졌다. 황희찬이 얻어낸 기회를 손흥민이 완벽하게 처리했다. 페널티아크 왼쪽에서 감아 찬 오른발 슛은 골문 왼쪽 위로 빨려 들어갔다.

이 골은 손흥민의 A매치 7번째 프리킥 득점으로, 남녀 통틀어 A매치 프리킥 득점 공동 1위 기록이다.A매치 통산 54호골로 차범근(58골)에 4골 차로 다가섰다. 대표팀 최다 출전 기록을 이미 넘긴 손흥민은 또 한 번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출처 = 조규성 인스타그램

⚽ 오랜 기다림 끝에 빛났다…조규성의 화려한 복귀, 결국 터진 10호골

손흥민의 골로 여유를 찾은 대표팀은 후반 31분 조규성을 투입하며 새로운 조합을 시험했다. 조규성에게 이번 경기는 특히 의미가 컸다. 무릎 부상 이후 합병증으로 1년 8개월 동안 대표팀을 떠났다가 어렵게 돌아온 자리였기 때문이다.

그는 간절함을 몸으로 증명했다. 후반 43분, 김문환의 크로스가 수비수 몸에 맞고 굴절되자 몸을 던져 왼발로 마무리했다. 복귀와 동시에 터진 자신의 A매치 10호골이었다.

188cm 장신 공격수인 그는 대표팀 내 기존 공격수들과는 다른 전형적인 타깃 스트라이커로 평가받는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가나전에서 멀티골을 기록했던 만큼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핵심 카드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 “힘든 상황이 있으면 분명히 또 좋은 시간이 돌아온다”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은 “경기력이 분명히 아쉬울 때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세트피스 같은 상황에서의 득점으로) 승리를 챙기는 게 가끔은 더 중요할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희 팀에는 헤딩을 잘하는 선수들도 있고, 킥력이 좋은 선수들도 많기 때문에 세트피스가 어떻게 보면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며 “(세트피스로 득점을 노리는) 습관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셨다시피 그라운드 상황이 100%의 컨디션이 아니었기 때문에 저희가 원하는 플레이를 할 수 없었던 것들이 조금은 아쉬웠다”라고 털어놨다.

특히 “규성이가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해서 골을 넣은 게 대표팀 선수들에게 엄청나게 좋은 효과를 발휘할 것 같다”며 “힘든 상황이 있으면 분명히 또 좋은 시간이 돌아온다는 것을 직접 본보기가 돼서 보여준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나는 볼리비아랑 또 다른 스타일의 축구를 추구하기 때문에 경기장에서 부딪히고 경험해 보면 저희 팀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출처 = 조규성 인스타그램

⚽ 447일의 공백을 이겨낸 조규성, 절망 끝에서 다시 뛰다

조규성에게 지난 1년은 선수 경력에서 가장 혹독한 시기였다. 지난해 여름 무릎 수술 이후 예기치 않은 합병증이 겹치며 그는 훈련은커녕 경기장 근처에도 서지 못했다. 2024~2025시즌 공식 기록이 ‘0경기’로 남은 이유도 한 시즌 전체를 재활로만 보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그가 받은 정신적 충격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조규성은 당시를 떠올리며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다시는 축구를 하지 못할까 두려웠다”고 고백한 바 있다. 선수로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찾아온 시련은 그의 커리어 자체를 흔들 만큼 무거웠다.

하지만 그는 이를 끝내 자기 손으로 끊어냈다. 재활 훈련을 반복하는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도 그라운드에 서겠다는 의지만은 놓지 않았다. 부족해진 근력을 다시 채우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했고 잃어버린 몸 상태를 되찾기 위해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았다.

그 결과는 지난 8월 찾아왔다. 긴 재활 끝에 무려 447일 만에 공식 경기에 복귀하며 다시 자신의 이름을 알린 것이다. 그리고 복귀한 지 한 달 만에 골까지 터뜨리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후 경기 감각 회복은 예상보다 빨랐다. 출전 시간이 서서히 늘어나던 그는 지난달 부상 복귀 후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하며 전성기 시절의 활기를 되찾아갔다. 올 시즌 그는 이미 16경기에서 4골을 기록하며 팀 내에서 확고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상승세는 자연스럽게 대표팀의 선택으로 이어졌다. 조규성은 지난해 3월 태국전 이후 무려 1년 8개월 만에 홍명보 감독의 부름을 받으며 국가대표 무대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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